[문학이론] <이방인> - 여론의 시선과 소설의 시선
이러한 제목의 기사를 상상해보자.
1. 어머니 장례식에도 슬픔을 모르는 범죄자, 살인 후 후회하는 기색 없어
2. 해변가에 울린 다섯 발의 총성, 살인자 살인 직전 여자와 코미디 영화 보러 갔다 전해 들어
3. '악어의 눈물' 모자를 살해한 남편... 장례식엔 20분 머물러
4. 아들 생일도 몰랐던 남편... 판사는 그를 살인자로 봤다.
이러한 기사 제목을 본 당신은 어떠한 생각이 드는가?
삶에 공포를 느끼고, 이들에게 분노를 느끼는가? 그런 감정을 느끼는 당신은 지극히 정상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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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여기서 덧붙일 것이 있다.
1번 2번 기사는 사실 카뮈의 <이방인> 주인공의 이야기다.
3번 4번 기사는 실제로 일어났던 '관악구 모자 살인 사건'이다.
그렇다면 지금 당신은 전과 같은 감정을 똑같이 느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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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는 어머니의 장례식이 끝나고, 해변에서 아랍계 무리와 다툼이 있었다. 나중에 홀로 그들은 찾아간 뫼르소는 아랍계 사내를 발견하고, 그가 칼을 꺼내 들어 다가오자, 뫼르소는 무의식적으로 권총 방아쇠를 당겼다. 그리고 그는 시체를 향해 4발의 총알을 연달아 발사했다.
뫼르소는 체포되었고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어떠한 변명을 하지 않는다.
법정에서는 그가 신을 믿지 않고 냉혹한 영혼을 가져 어머니 장례식 때 눈물이 단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고, 장례식 후 다음날 바다에서 수영을 하고 여자와 코미디 영화를 보러 갔다고 한다. 게다가 해변에서 사람을 잔인하게 죽였다는 것이다.
검사는 말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다음 날 가장 수치스러운 방탕에 몸을 맡겼던 바로 그 남자가 하찮은 이유로, 그리고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치정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사람을 죽인 것입니다."
이에 뫼르소의 변호사는 살인 사건이 장례식과 영화랑 아무런 상관이 없다 말하지만 검사는 이렇게 답변한다.
" 그렇습니다. 본 검사는 범죄자의 마음으로 어머니를 땅에 묻었기 때문에 이 사람을 고발하는 바입니다."
뫼르소는 법정에서 자신이 아랍인을 죽일 의도가 없었다고 재차 주장했지만(이 주장은 사실이다), 법정은 이는 그냥 주장일 뿐이라고 대꾸했다. 그리고 법정은 계속해서 그런 범행을 저지르게 된 동기를 스스로 밝히라 말한다.
뫼르소는 말한다. 그건 태양 때문이었다고.
법정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법정은 뫼르소가 저지른 잔혹한 범죄는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넘고, 단 한 번이라도 후회하는 기색을 내비친 적이 없으며, 뫼르소의 영혼이 한 사회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말하며, 뫼르소가 그의 어머니에 대한 냉담한 태도를 문제 삼고, 그는 인간의 마음에서 나오는 기본적인 반응조차 할 줄 모른다 하며, 그에게 프랑스 국민의 이름으로 사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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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카뮈의 <이방인>을 읽으면서 어떤 느낌이 들까?
뫼르소가 단지 법정에서 자신이 눈물을 흘리며 죄를 뉘우치고, 어머니 장례식 때 슬픔이 너무나도 커서 다음날 잊기 위해 코미디 영화를 봤고 , 아랍인을 죽인 것에 대해서는 그 아랍인이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여 정당방위를 한 결과였다 진술하면, 그는 최소한 법정에서 사형은 면했을 것이다.
하지만 뫼르소는 이를 거절했다. 그 결과 그에게 사형이 선고되었다.
뫼르소가 법정에서 선고받은 것처럼 그렇게 극악무도한 사람일까? 아니다. 우리는 오히려 뫼르소를 동정하고 법정의 매정에 치를 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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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서술방식과 소설의 서술방식은 매우 상이하다.
같은 주제를 다루더라도 매우 상이한 결과를 낳을 만큼.
뫼르소는 분명한 범죄자임이 틀림없다.
기사는 자극적이고 짧은 타이틀로 우리에게 다가선다. 그리고 기사의 내용은 기껏 A4 한 장의 내용뿐 그 이상도 아닐 것이다.
단지 기사 제목만 본다면 앞서 우리들이 느꼈던 분노는 당연한 것이다.
반면 소설은 어떠한가.
범죄가 일어나기 훨씬 전부터 이야기가 서술되며 범죄자의 심리상태와 많은 대화들 등등, 세부사항들을 끌어들이며 범죄자가 우리와 다름없는 하나의 인간임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뉴스와 달리 우리를 동화(同化)시킨다. 즉 뫼르소가 나라는 착각을 하게 만들어 뫼르소가 겪게 되는 부조리에 공포심을 느끼게 되며, 이러한 사태에 벗어 나오지 못하는 뫼르소를 동정(同情)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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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역할과 뉴스의 역할은 물론 다르다.
만약 모든 뉴스가 소설처럼 부연설명을 추가하게 되고 모든 범죄자에게 동정심을 느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다면 아마 그들을 석방시켜달라는 캠페인이 벌어질 것이다. 즉 뉴스는 의도적으로 그 범죄자들을 의도적으로 우리와 같은 인간임을 상기시키는 데에 있어 거절한 것이다. 간결함이라는 수단을 통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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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란 우리가 평소 생각하고 행동하는 여론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판단을 하게끔 만든다. 이는 단언(断言)적이다. 의심의 여지란 없다.
대중적인 의견이다. 간결하다.
이는 여론의 시선이다.
소설은 사건 내면의 숨겨진 것들을 살펴보고 그저 우리에게 보여준다. 공포와 불쾌감뿐만이 아니라 경외감과 동정심도 불러일으킨다. 모호함이다. 상반된 것들을 합치는 것이다. 개인적인 것이다. 복잡하다.
이는 소설의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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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주제를 다루게 된 게기는 사실 앞에서 말했던 실제 기사 내용으로부터이다.
3. '악어의 눈물' 모자를 살해한 남편... 장례식엔 20분 머물러
4. 아들 생일도 몰랐던 남편... 판사는 그를 살인자로 봤다.
관악구 모자 살인 사건의 판결은 <이방인> 뫼르소의 판결과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
나는 이러한 뉴스 타이틀을 보면서 순간 섬뜩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기서 나는 범죄자가 누구일 것이라 추측하거나 판사의 판결이 틀렸다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이 반복되는 사건이 내 눈앞에 펼쳐질 때 혼란스러웠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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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구 모자 살인 사건으로 남편을 지적한 판사는 <이방인>을 의식하며 말했을까?
기사 제목을 타이핑한 기사는 <이방인>의 주인공이 아닐 거라 슬픔의 부재를 의식하며 작성했을까?
아닐 것이라 본다. 다만 반복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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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 <전도서>의 말씀이 떠오른다.
"전도자가 가로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이미 있던 것이 후에 다시 있겠고 이미 한 일을 후에 다시 할지라, 해 아래는 새 것이 없나니 무엇을 이르기를 보라 이것이 새 것이라 할 것이 있으랴 우리 오래전 세대에도 이미 있었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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