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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작가 소개] 윌리엄 포크너-가치의 쇠락에 맞서는 자세

20세기 이전 작가들에 대해 개인적으로 정리하는 글들입니다.

일부 개인적인 의견도 담겼으니, 참고용으로 너그럽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선은 사심을 담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윌리엄 포크너 부터 시작합니다!

윌리엄 포크너 (William Faulkner, 1897-1962)

 

1. 생애 윌리엄 포크너는 1897년 미국 미시시피주 뉴올버니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을 남부 지역에서 보낸 포크너는 남부 특유의 인종 갈등, 전통, 전쟁의 상처 등을 체험하며 자랐고, 이러한 경험은 그의 작품 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포크너는 학창 시절부터 문학에 관심을 보였고, 1차 세계 대전 중에는 캐나다 공군에서 복무하며 전쟁의 비극을 목격했습니다. 전후에는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다가 본격적으로 문학에 전념하게 되었습니다. 생애 후반에는 알코올 의존증 등으로 고생했지만, 여생을 미시시피에서 지내며 창작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포크너는 1962년 7월 심장마비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2. 문학 사조와 특징 포크너는 미국 남부 고딕 문학(Southern Gothic)의 대표 작가로, 주로 미국 남부의 몰락과 갈등을 다루는 작품을 통해 시대와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줍니다. 그의 문학적 스타일은 의식의 흐름(stream of consciousness) 기법, 복잡한 내러티브 구조, 다층적인 시점 등 실험적인 형식으로 유명합니다. 이러한 독창적 기법은 특히 인물들의 심리를 깊이 탐구하는 데 주효했으며, 독자에게 이야기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다양한 관점에서 경험하게 했습니다.

 

3. 대표작과 줄거리

  • 《소리와 분노》(The Sound and the Fury, 1929): 포크너의 대표작 중 하나로, 몰락해가는 남부 귀족 가문인 콤슨 가의 이야기를 네 인물의 시점에서 전개합니다. 비극적이고 파편적인 서술로 인해 읽기 어렵지만, 깊은 심리 묘사와 정교한 구조로 남부 사회의 붕괴와 인간의 내면적 갈등을 탐구합니다. 참고로 문학동네의 소리와 분노 번역에 있어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개인적으로 한국 타 출판사에 비해 원문에 가장 가깝게 번역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As I Lay Dying, 1930): 번든 가족이 어머니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그녀의 시신을 고향으로 옮기려 하면서 겪는 혼란과 갈등을 그립니다. 각 가족 구성원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며, 생과 죽음, 가족 간의 복잡한 유대를 다루고 있습니다.
  • 《압살롬, 압살롬!》(Absalom, Absalom!, 1936): 요크나파토파 카운티의 대부호 토마스 서트펜의 몰락을 통해 남부의 신화와 비극을 풀어낸 작품입니다. 인종 차별, 권력욕, 복수의 서사를 통해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드러내며, 복잡한 구조와 문체로 깊은 상징성을 지닙니다.

4. 동시대 라이벌 포크너는 동시대 미국 작가인 어니스트 헤밍웨이, 존 스타인벡과 자주 비교되었습니다. 특히 헤밍웨이와는 스타일과 주제 면에서 대조적이었는데, 헤밍웨이가 간결하고 직설적인 문체로 인간의 강인함과 실존적 고독을 탐구했다면, 포크너는 복잡한 내면 세계와 남부 고딕의 요소를 깊이 있게 탐구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문학 세계를 존중하면서도 개인적으로는 문체에 대해 비판적이기도 했습니다.

 

윌리엄 포크너와 어니스트 헤밍웨이 사이에는 유명한 일화들이 있는데, 두 사람은 서로의 문학적 스타일을 비판하면서도 독특하게 존중했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일화는 포크너가 헤밍웨이의 글을 두고 “헤밍웨이는 결코 어려운 단어를 쓰지 않는다. 아마도 그는 모를 거다”라고 비꼬듯 언급한 일입니다. 포크너는 자신의 작품에서 복잡한 문체와 다층적인 내러티브를 즐겨 사용했던 반면, 헤밍웨이는 간결하고 직설적인 문체로 유명했기 때문에 포크너가 그의 단순한 스타일을 약간 깎아내린 셈이죠.

 

이에 대한 반응으로 헤밍웨이는 포크너를 비난하거나 방어하지 않고, 재치 있게 맞받아쳤습니다. 그는 "포크너가 내가 무슨 단어를 아는지 모르는지 알면 좋겠군. 하지만 나는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단어를 쓰기로 했다"며 자신의 글쓰기 철학을 재확인했습니다.

두 사람은 이처럼 서로 다른 문체와 접근 방식 때문에 문학적 경쟁자이자 대조적인 작가로 여겨졌지만, 실제로는 서로의 작품을 존중했습니다. 포크너는 “헤밍웨이는 자신의 목표에 충실한, 훌륭한 작가”라며 그의 문학적 성과를 인정했고, 헤밍웨이 역시 포크너가 노벨 문학상을 받았을 때 그의 업적을 칭찬했습니다.

 

5. 수상 이력 윌리엄 포크너는 1949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인정을 받았습니다. 이 외에도 두 차례 퓰리처상(1955년 《행진을 멈추라》(A Fable), 1963년 《도둑 맞은 땅》(The Reivers))과 국가도서상을 수상하며, 미국 문학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굳혔습니다. 포크너는 수상 연설에서 “인간의 불멸성”을 강조하며, 인류의 고통과 존엄성을 묘사하는 작가의 역할에 대한 깊은 성찰을 밝혔습니다.

 

6. 문학적 유산 포크너는 남부를 배경으로 한 독창적 세계관과 실험적인 형식으로 문학사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후대의 작가들, 특히 남부 출신의 플래너리 오코너, 카슨 매컬러스, 하퍼 리에게 중요한 영감을 주었으며, 현대 문학에서 내면의 갈등과 인간의 복잡한 심리를 탐구하는 기법의 선구자로 평가받습니다.

 
한국에서는 사실 포크너를 많이 아시는 분들이 적고, 번역된 책들도 수가 적어서, 포크너가 남부 배경으로 한 세계관을 한눈에 보기는 매무 제한적입니다. 물론 영어를 잘하시는 분들은 원문을 보시면 되겠지만... 이또한 쉽지 않을것 입니다. 포크너 작품 특성상 미국 남부 지역에 실제로 쓰던 사투리와 난생 처음 보는 단어들을 구사하며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내기에, 영미권에 사는 사람들조차도 읽기 쉽지 않습니다.
요크나파토파 지도(포크너가 창작한 허구의 세계)
 
7. 문학 주제에 있어 윌리엄 포크너는 작품을 통해 미국 남부의 전통적 가치와 그 쇠락에 대한 복합적인 시각을 보여줍니다. 그는 남부의 역사와 문화가 지닌 고유한 가치를 존중했지만, 동시에 그 안에 내재된 인종차별, 계급 불평등, 구시대적 신화 등을 날카롭게 비판했습니다.

포크너는 남부 가치의 몰락을 단순히 애도하거나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쇠락을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이를 재평가하고자 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작품 속에서 남부 귀족 가문들의 몰락과 함께 이들이 과거에 저지른 잘못들을 면밀히 드러내며, 남부 사회가 반드시 고쳐야 할 부조리한 면을 강조했습니다. 그의 대표작 *《압살롬, 압살롬!》*이나 *《소리와 분노》*는 이러한 남부 귀족 가문들의 몰락을 통해, 남부가 과거의 영광과 신화를 고수하면서 변화하지 못하면 결국 파멸에 이를 수밖에 없음을 경고하는 동시에, 인간이 역사적 상처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성찰하도록 합니다.

그는 또한 인간의 존엄성과 회복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작품 속에서 나타내며, 남부 사회가 가진 부정적인 측면 속에서도 새로운 남부의 가능성과 인간성을 탐구했습니다. 포크너는 이를 통해 남부를 사랑하면서도 남부가 과거의 그늘에서 벗어나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길 바라는 바람을 작품에 담아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