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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인문학] 플랭클린 효과 -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

[인문학] 플랭클린 효과 -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

이는 알랭 드 보통의 연애소설 제목이기도 하다.
책에서는 나름 작가만의 관점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했다. 사랑의 시작은 자연스러움이다.
'좋아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지만, 사랑에는 이유가 없다.' 지금 봐도 참 멋있는 말이다.

게다가 이 작가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해 고민을 하고, 개인마다 나름 답을 내리기도 한다.

도대체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하필 왜 너를 사랑하게 되었나.

이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질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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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랭클린 효과에 기반을 하여 이 수수께끼를 풀어보려 한다.

플랭클린 효과 : 사람은 자신에게 친절을 베푼 사람보다 자신이 친절을 베푼 대상을 더 좋아한다.

플랭클린 효과를 사례로 살펴보자.

1736년, 플랭클린이 의원에서 연설을 발표할 때 의원 한 명이 그의 관점을 정면으로 받아친다, 더 나아가 그 의원이 연설을 펼치며 매우 격렬히 플랭클린의 의견을 제차 반박하였다.
이에 플랭클린은 그와의 관계를 개선하고자 고민하는 와중 미국 속담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이는 바로 앞서 말한 플랭클린 효과이다. '사람은 자신에게 친절을 베푼 사람보다 자신이 친절을 베푼 대상을 더 좋아한다.'

그는 어쩌다 의원 집에 매우 구하기 어려운 책을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자 그는 매우 공손한 어투로 의원에게 편지를 작성해 책을 빌려달라 부탁을 하였다.
생각지도 못하게 이 의원은 책을 빌려주었다, 그리고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 플랭클린은 정중히 감사를 표하며 책을 돌려주었다.

그 일이 지난 며칠 후, 의회에서 그들이 마주칠 때를 훗날 플랭클린은 이렇게 묘사를 했다.

"그가 나를 보자 살갑게 인사를 건네고(전에는 단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다 한다), 더 나아가 그는 언제든지 나에게 도움을 보태겠다고 했다."

이번 계기로 그들은 정적(政敌)에서 오랜 기간 우정을 나누는 친구다 되었다고 한다.

한 가지 예를 더 들자면 링컨도 플랭클린 효과에 감명을 받아 이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

한 번은 링컨이 그의 정적(政敌)에게 조그마한 부탁을 하였다.

그러자 링컨의 지지자 중 한 명은 열불을 내며 이렇게 말을 했다.
"아니, 당신은 왜 그대의 정적(政敌)이랑 친분을 쌓으려 하는 것이요? 그대의 정적(政敌)을 해치워야 마땅하오!"

이 말을 듣자 링컨은 온화한 어투로 답변을 했다.
"제가 하는 일이 나의 정적(政敌)을 없애는 일이 아닌지요? 그 정적(政敌)이 나의 친구가 된다면 말이요."

나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부탁을 하여, 적을 친구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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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읽다 보면 사랑에 빠지는 일이랑 적을 친구로 만드는 플랭클린 효과랑 어떠한 관계가 있나 궁금증을 가질 수 있다.

모두에게 친숙한 어린 왕자 이야기다.

어린 왕자는 그의 행성에서 피어난 장미꽃을 정성스레 보살펴주었다. 그는 이렇게 예쁜 꽃은 난생처음이라, 온 우주 통틀어 이보다 아름다운 꽃은 없으리라 확신했다.

하지만 그 확신은 지구에 한 정원에서 무너졌다.
아니, 장미가 이토록 많다니! 그의 장미는 그저 평범하기 짝이 없는 한송이 꽃이었을 뿐이었다.

이 사실은 어린 왕자를 슬프게 했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 한편에는 여전히 그 한송이 장미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었다. 왜일까?

그 미련은 어린 왕자가 그의 장미에게 쏟은 시간들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단지 그 이유 하나로 그토록 흔한 장미가 어린 왕자에게는 유일무이한 장미가 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바로 상대에게 쏟은 시간이다. 쏟은 감정이다.

우리가 사랑에 빠진 이유는 자신도 모르게 플랭클린 효과를 스스로에게 걸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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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의 장미처럼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일 뿐,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 또한 수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일 뿐이다.

평범한 우리는 서로 사랑하게 된다.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반문해 보자. 단 몇 초 만에 사랑에 빠졌다면 그 상대방을 위해서 목숨조차 포기할 수 있는가?
대부분은 고개를 저을 것이다.

첫눈에 반한 다는 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관심을 가졌다해서 사랑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랑은 베풂에서 잉태되고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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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떠한 이성에게 편안함을 느끼며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치자.

어느 날 그(녀)는 당신에게 여행을 좋아한다 했다.

집에 돌아가서 당신은 생각한다. 그(녀)는 어떤 여행을 좋아하는 것 일까? 혼자서? 친구들과? 어디를 가봤지?
그리고 그(녀)의 인스타에서 호주에서의 워크 홀리 사진들이 보인다. 낙하산을 탄 사진도 캥거루 사진도 있다.
사진을 계속 넘기다 보니 낯선 이성과의 단 둘의 사진이 계속 보인다. 사귀는 사이? 아니면 그냥 친구?
당신에게는 직접 물어볼 용기가 없다. 질투심이 생기게 되고, 고통스러워진다. 잠을 뒤척인다.

당신은 밤새 그(녀)를 떠올리며 감정적인 시간을 쏟았다. 플랭클린 효과로 말하자면 '친절'을 베풀었다 할 수 있다.

이 과정이 길어질수록 그(녀)에 대한 당신의 집착은 깊어진다. 그(녀)의 대해 더욱더 궁금해진다.

그러자 어느 날 당신은 의아해한다. 왜 그(녀)에 대해 궁금해할까? 신경이 쓰일까?

그러자 당신은 이유를 찾게 된다. 자신을 설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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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련의 과정을 설명해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1956년 미국 사회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가 내세운 인지 부조화 이론이다.

인지 부조화란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불일치 시, 자신은 이러한 모순에 불편함을 느끼며, 모순을 감소시키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다시 전에 상황극으로 돌아 가본다.

당신은 플랭클린 효과라는 덫에 빠지게 되었고, 인지 부조화라는 상황에 다다르게 되었으며, 이러한 모순의 차이를 좁히고자 이유를 찾게 된다. 당신은 그(녀)에게 집착하는 이유를 찾게 되고 그(녀)가 특별하다고 믿게 된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된다. 그(녀)에 대한 당신의 감정의 베풂이 늘어난다.

사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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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

이 질문은 무의미해졌다.

플랭클린 효과에 의한 인지 부조화 과정을 해소시키기 위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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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배풂의 결과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