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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서양 고전문학]운명론자 자크와 그의 주인

주인이 기사에게 말을 건넵니다.
<그녀와 함께한 밤들은 어땠나?>

그러자 기사는 우물거린다.

그 모습을 본 주인은 당황하며 불안해합니다.
<왜 그런가? 나에게 말해주기 싫은가?>

운명론자 자크와 그의 주인이라는 소설의 주인의 사랑 이야기의 한 장면입니다.


주인은 한 여자를 사랑해왔습니다. 그 여자와 결혼하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바쳤고 많은 재물 또한 바쳤습니다. 주인에게는 둘도 없는 친구가 한 명 있었습니다. 그는 기사였습니다.

주인은 어느 날 기사에게 불만을 토로합니다.
<아니, 생각해 봐. 나랑 그녀랑 만난 지 벌써 1년인데 , 그녀는 날 사람들 앞에서 피해 다니기 일쑤야, 마치 역병처럼! 내가 얼마나 잘해줬는데.>
기사가 말합니다.
<내가 좀 잘 말해줄까? 너도 알겠지만 난 그녀랑 친하잖아.>
<아니야,> 주인이 말합니다, <그냥 이렇게 전해줘, 계속 날 사람들 앞에서 피해 다니며 우리가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겠다면, 그녀와 나의 관계는 여기 까지라고!>

그 말을 듣자 기사는 갑자기 흥분을 하며 대답합니다.
<정말로, 말한 그대로 전해줘?>

<물론이지, 그대로 전해!>

<하지만 그녀가 많이 속상해할 거야.>

<알게 뭐야!>

그 후 얼마간 시간이 지나고 기사가 주인을 찾아왔습니다.

<나의 친구여,> 기사는 양팔을 벌리며 주인에게 말을 건넵니다, <넌 정말로 나에게 둘도 없는 친구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니?>

주인이 대답합니다.
<물론이지, 넌 나에게도 둘도 없는 친구야, 왜 아니겠어.>

<정말로? 정말이지?>

<물론!> 주인은 확신을 가지며 말합니다.

그러자 기사는 매우 고통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합니다.
<그거야 네가 내 본모습을 못 봐서 그래.>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무슨 일이 있어도 넌 내 친구야.>

그러자 기사가 이렇게 말합니다.
<만약에 말이야, 내 말은 만약이야, 사이가 매우 매우 좋은 친구 두 명이 동시에 한 여인을 사랑하게 되었어, 게다가 그녀는 그 친구는 서로 사랑하고 있지, 그리고 이 사실을 먼저 사랑하게 된 친구가 모르고 있어.
이런 상황 속에서 나중에 사랑에 빠진 친구는 언젠가는 그의 친구가 이 사실을 알게 될까 봐 온종일 불안해하고 있지.
그러자 어느 날 이 친구는 자신에게 찾아온 불안과 고통을 견디지 못해 자신의 친구에게 이 사실 고백하려 해.
그렇다면 나의 친구야, 이러한 결정이 과연 옳은 결정일까? 그는 자신의 여자와 바람난 친구를 용서해줄까?>

<물론이지, 그의 결정은 매우 의리 있어. 친구는 분명히 그의 성의와 죄책감을 보며, 그 친구를 포옹해주며 용서할 거야.>


<정말? 정말 그렇게 생각해?>

<당연하지, 그렇게 해야만 하고.>

<아 친구야! 날 용서해줘!> 두 팔을 벌리며 기사가 말했다.

<응? 뭐라고?>

<날 포옹해줘 친구야...... 내가 바로 그 못씁짓을 한 친구야.>

<너랑 그녀가?......> 주인은 몹시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이럴 줄 알았어,> 기사는 털썩 무릎을 꿇었다, <난 너의 용서를 받을 자격이 없어, 날 욕해, 네가 분이 풀리는 데로 해도 좋아, 나는 짐승만도 못해, 어떻게 둘도 없는 친구의 여자를 사랑할 수 있지? 제발 날 때려줘, 욕해줘! 난 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을까, 이 말을 하는 순간에도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이 남아있어, 난 세상에서 제일 비열한 놈이야!>

주인은 어쩔 줄 몰라합니다.

기사는 계속 말합니다.
<너무 괴로워, 내가 너의 친구라니!>

<왜......> 주인이 말문이 막혔습니다.

<왜냐고?> 기사가 여전히 무릎을 꿇며 말한다. <난 비열한 놈이니깐, 사랑하지 말아야 할 사람을 사랑하게 되고, 나의 친구를 속였지. 나의 순진하고 세상에서 제일 선량한 친구를 말이야! 네가 나에게 보여준 우정을 난 너의 여자와 바람피운 걸로 보답했지!>

주인이 기사를 향해 손을 뻗으며 일으키려 하자 기사는 손을 내치며 말합니다.
<일으키려 하지 마, 난 죽어 마땅한 놈이야!>

<아니야 친구야,> 주인이 말합니다, <너의 잘못이 아닐 거야, 그년이 우리를 농락한 거야, 그년이 우릴 가지고 논거야, 난 너를 믿어, 그년이 널 유혹해서 네가 빠져들었잖아, 내 말이 맞지?> 주인은 기사를 일으키며 포옹해 주었습니다.

<맞아,> 기사가 말합니다, <난 나의 결백을 주장하고 싶지 않아, 그러나 그년도 잘못이 있어!>

주인이 말합니다. <그래 우린 영원한 친구야.>

기사가 말합니다. < 날 정말 용서하는 거야? 우리 가서 모두에게 털어놓고, 그녀에게 복수하러 가자.>

그러자 이때 주인이 갑자기 뜸을 들이며 기사에게 말을 건넵니다.
<그녀랑 잤지? 그녀와의 밤 자리는 어땠어?>

그러자 기사는 우물거리며 대답을 못합니다.

그 모습을 본 주인은 당황하며 불안해합니다.
<왜 그래? 말해주기 싫어?>

기사가 혼잣말로 말합니다.
<이렇게 보니 너랑 나랑 체구도 비슷하지 말이야......>

<친구야? 말 좀 해봐.> 주인이 초조해 보입니다.

<너랑 그녀랑 같이 자보면 알지 않을까?> 기사가 제안을 합니다, <밤에 그녀 방에 나인 척 들어가면 돼, 밤에는 너랑 나랑 체구도 비슷하니 그녀가 눈치 못 챌 거야. 그리고 복수는 나중에 하는 거지. 어때?>

주인은 잠시 고민을 하더니 친구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이 또한 그녀에게 하는 복수라고 생각하며. 기사가 말해준 루트로 그녀의 방에 들어가 사랑을 나눴습니다. 그리고 주인은 아침이 돼서야 이는 기사가 파놓은 함정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사는 아침에 사람을 모아 그녀의 집 앞에 있었고, 주인은 꼼짝없이 결혼도 하기 전 여인의 순결을 빼앗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주인은 자신의 친구와 바람피운 여인을 법적 부인으로 맞이하고, 그녀의 아이까지 부양하도록 판결이 났습니다. 그 아이는 기사를 쏙 빼닮았습니다.

<그녀와의 밤 자리는 어땠나?>
주인은 왜 기사에게 이런 터무니없는 질문을 한 것일까?

사실 이 주인의 이 말 한마디가 주인의 진짜 욕망을, 다른 때에는 죽어도 인정 못 할 진짜 욕망을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주인은 그 여인과의 잠자리를 원했던 것이다.

분명해졌다. 주인의 그전 행위들은 오로지 그녀와의 잠자리를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평소 같으면 이를 인정할 수 없다. 어찌 사랑이 이토록 저속하게 육체만을 원할 수 있는가? 그는 그 여인의 자체를 사랑한다고 줄 곳 자신을 속여온 것이다.
이는 낭만적 거짓이다.

기사의 고백을 듣자 주인의 숨겨졌던 자신도 모르고 있던 진짜 욕망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어쩌면 기사가 그녀를 탐하면서 주인은 내심 기뻐했을지도 모른다. 그의 눈에 비친 그녀의 몸은 성스럽고 다가가기 힘든 것이었다면, 지금은 그 육체가 자신에게 가깝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 그녀의 몸도 별거 없구나!

그녀의 몸은 하늘에서부터 땅으로 내려왔다. 이제는 너무나도 가깝게 주인 곁에 있게 된 것이다.

주인의 욕망도 들춰졌다, 주인은 이제 곧바로 욕망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고, 너무나도 가까워진 욕망은 판단을 거절하게 된다.

그렇게 주인은 그토록 가지고 싶었던 그녀의 몸을 얻게 된다.

설령 이 욕망의 대가가 너무 컸을지라도, 주인의 그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행복했을 것이다.

주인의 숨겨진 진실된 욕망을 들춰내는 건, 다른 어떠한 장르보다 소설만큼 적나라하게 들춰내지 못할 것이다. 이 욕망은 주인조차 인지를 못한다.

오로지 소설만이 전달할 수 있다. 이것이야 말로 소설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